5. 육미 잡곡 제대로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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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 육미섭생법/육쾌하게 먹어라

5. 육미 잡곡 제대로 먹는 법

누구나 잡곡밥이 좋은 줄은 안다. 그래서 나름대로 보리밥, 팥밥, 콩밥, 현미밥 등 갖은 곡식을 섞어 맛있는 밥을 지어먹는다. 그런데 곡류에는 서로 다른 성질의 맛과 영양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성질에 따라 우리 몸에 작용되는 바가 달라서 무작정 먹을 것이 아니라 잘 알아보고 먹는 게 현명하다.

조선시대의 농업 백과전서인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나 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록된 곡류는 총 37가지에 이르는데 여기서 밝히고 있는 곡류의 가장 큰 효능은 오장(五臟) 보호와 기력 증강이다. 곡류의 성질과 맛도 상세하게 분류되어 있는데, 그 성질과 맛이 인체에 미치는 작용과 경락에서의 효능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반면 곡류에는 부작용도 있다고 밝혀 곡류를 섭취할 때 중용의 지혜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동양의학적인 관점에서 우리 몸의 오장육부에 이로운 곡식과, 그 곡식을 치우침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육미잡곡을 제대로 먹는 법을 알아본다.

 

육미잡곡밥

육미잡곡밥은 음식을 통해 천기를 조합해 먹는 섭생예술이다. 자석과 철이 서로 이끌리듯 음식의 여섯 가지 맛이 친화력이 있는각각의 장기에 스며들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원리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매우 신비롭다.

약사가 약을 조제하듯, 내가 내 몸과 가족의 약사가 되는 마음으로 정성껏 밥을 지어 보자.

Step 1 육미잡곡을 준비한다. 각 육미를 대표하는 곡식은 팥 수수, 기장, 현미, 검정콩, 녹두이다.

간, 쓸개로 들어가는 신맛의 곡식 - 팥

심장, 소장으로 들어가는 쓴맛의 곡식 - 수수


비장, 위장으로 들어가는 단맛의 곡식 - 기장
폐, 대장으로 들어가는 매운맛의 곡식 - 현미


신장, 방광으로 들어가는 짠맛의 곡식 - 검정콩
심포와 삼초를 활성화 시키는 떫은맛의 곡식 - 녹두

 

단맛에 속하는 찹쌀은 육미잡곡밥의 배합곡물에 포함시키지 않는데 그 이유는 특유의 강한 점성 때문이다. 찹쌀의 부작용으로 내장세포나 경락이 협착되고 고지혈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찹쌀은 먹는 이의 체질이나 몸의 이상을 잘 살펴서 선택적으로 섭취토록 해야 한다.

육미잡곡 배합 비율

잡곡 장기 비율
신맛 간, 쓸개 1
쓴맛 수수* 심장, 소장 1
단맛 기장* 비장, 위장 1
매운맛 현미* 폐, 대장 1
짠맛 검정*콩* 신장, 방광 1
떫은맛 녹두 심포, 삼초 3

* 이 책에서 말하는 육곡 중 수수, 기장, 현미는 찰기가 없는 메수수, 메기장, 메현미를 말한다

 

Step 2 계량을 한다.

 

각 육미잡곡을 '팥 1 : 수수 1 : 기장 1 : 현미 1: 검정콩 1 : 녹두 3'의 비율로 나눈다. 저울을 사용하면 좋지만 컵을 이용하여 분량을 정해도 되며, 양이적을 경우 국자나 숟가락으로 계량해도 무방하다.

 

Step 3 배합한다.

 

비율을 맞춰 놓은 육곡을 배합하기 전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육곡을 한꺼번에 다 섞어 한 용기에 보관하였다가 밥을 지을 때 이를 쌀과 1대 1의 비율로 혼합하는 방법이 있고 육곡을 각기 다른 용기에 따로 보관하였다가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식구가 많거나 편하게 준비하고 싶은 경우는 전자를 택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육곡의 배합 비율을 다르게 해서 기력 증강의 효과를 높이려면 후자를 택한다.

또한 팥과 콩, 현미는 단단한 반면, 수수, 기장, 조, 녹두, 보리, 밀은 입자가 작고 부드러워 물에 불리는 시간이 다르다. 따라서 팥과 콩, 현미는 따로 섞어 놓고 이 3종을 미리 물에 담가 불린 후 배합해도 된다.

 

Step 4 물에 불린다.

 

쌀밥과 달리 육미잡곡밥을 지으려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쌀은 밥하기 전 30여 분 정도 불리면 되지만 육미잡곡밥의 팥, 콩, 현미는 5~6시간 정도를 불려야 식감이 좋다.

한편 곡물의 껍질에 영양분과 섬유질이 풍부하니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Step S 밥솥을 선택한다.

 

 

솥의 종류에 따라 밥맛에 차이가 난다.

① 돌솥

돌솥에 밥을 할 경우 팥, 콩, 현미는 충분히 불려야만 부드럽다.경험상 돌솥에 짓는 것이 누룽지도 눌릴 수 있어 가장 맛있고 효과적이었다. 물 조절을 잘해야 질거나 되지 않고, 불 조절도 잘 해야 타지 않고 구수한 누룽지를 즐길 수 있다.

② 주물솥(무쇠솥)

시중에 다양한 품질의 솔이 나와 있다. 돌솥보다 식감이 떨어지지만 가벼워서 좋다. 누룽지를 만들고 싶으면 약한 불에 오래 뜸을 들인다.

③ 전기압력밥솥

가장 편리하고 식감도 좋은 반면 제품에 따라 배출구가 막혀 소리가 나고 밥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팥, 콩, 현미를 2~3시간정도만 불려도 전기압력밥솥에 지으면 단단한 감이 사라진다.

④ 일반 압력밥솥

전기압력밥솥보다는 수동식이라 불 조절에 정성이 들지만 전기압력밥솥에서 기대할 수 없는 육미 누룽지를 얻을 수 있어 좋다.

⑤ 비전 냄비

쌀보다 잡곡이 적게 들어가고 충분히 불었을 때 불 조절을 잘하면 맛있는 밥이 된다. 끓을 때 밥 물이 넘치므로 뚜껑을 살짝 열어 놓는다. 누룽지도 잘 눌릴 수 있다. 1~2인용으로 적합하다.

 

TIP 1. 육미잡곡 보관방법

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육곡을 잘 보관하는 게 먼저다.

육미잡곡을 보관하는 용기로는 옹기 그릇이 가장 좋다. 유리병, 플라스틱 통, 페트병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바닥이나 실내 온도가 너무 따뜻하지 않나 살피고 서늘한 장소에 두어 벌레가 들거나 습기에 상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TIP 2. 우리 집 보약 육미누룽지

 

한의학을 좋아해서 약재에 대한 상식이있지만 우리 집은 약을 지어먹는 일이 없다. 대신 보약이라고 극찬하며 식구들이 즐겨 먹는 명약이 있다. 바로 '육미누룽지탕'이다. 육미잡곡에 쌀을 조금만 섞어 지은 밥은 누룽지도 더 구수하고 영양과 맛이 일품이다. 입맛을 잃었거나 소화력이 약해졌을 때간식으로 좋다. 속을 따뜻하게 해 줄 필요가 있을 때, 배탈이 났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구수하고 따뜻한 누룽지물을 수시로 마시면 속이 따뜻해져 빨리 낫는다. 우리 집 보약, 육미누룽지!

육미잡곡밥은 어린이들에게도 아주 적합한 음식이다. 젖을 뗀 아기, 이유식을 먹는 아기, 음식을 골고루 안 먹고 식사량이 적은아이, 아침밥을 잘 안 먹거나 군것질 후 식사를 자주 거르는 아이, 잠자리에 들기 전 속이 허전해하는 아이에게 육미밥을 먹이고 누룽지도 끓여주면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