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의 원리
1. 침의 원리
물이 들어 있는 컵에 가늘고 긴 대롱을 넣은 후 천천히 힘 있게 빨아봅니다. 물이 대롱을 통하여 입 근처로 빨려 올라오면, 빨대 입구까지 물을 빨아들인 후 대롱 입구를 손가락으로 눌러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합니다. 그러면 대롱 속의 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기가 흐르는 경락은 긴 고리처럼 전신을 상하 좌우로 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마치 끝이 없는 긴 대롱이라 생각해 보면 그 입구는 사람의 입에 끝은 항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흡사 대롱으로 물을 빨아들이듯 이 거대한 우주의 기를 입과 코로 매일매일 들이마십니다. 숨을 쉬는 것은 곧 긴 대롱으로 물을 흡수하듯 입으로 천기를 흡수하여 내 몸속의 긴 대롱, 즉 경락 속으로 빨아들이는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습니다. 이것은 지기로 변한 천기를 흡수하는 작용입니다. 이렇게 코와 입으로 흡수된 기는 물이 흐르듯 막힘없이 전신으로 흘러야 합니다. 그래서 얼마만큼 숨을 잘 쉬고 잘 먹는가 하는 문제가 건강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잘 내보내는가, 즉 대변을 잘 보는가도 건강의 척도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긴 대롱과 같은 경락 속에 흐르던 기가 어느 순간부터 흐르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기가 막힌 것입니다. 기가 막히면 기가 선도하는 피의 흐름도 멈추게 됩니다. 또 피가 흐르지 않으면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세포가 부패하게 되는데,
이는 흐르지 않는 물에 이끼가 끼고 고인 물이 썩는 이치와 같습니다.
긴 대롱 속의 물이 흐르지 않을 때 대롱 가장자리 어딘가에 가느다란 바늘로 구멍만 하나 만들어도 그 압력 차이로 인하여 물은 쪼르르 빠져나가는데, 바로 이것이 침을 놓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일은 내 몸의 경락은 컵 속의 대롱처럼 짧지 않으며, 또한 일정한 법칙과 원리에 따라 흐른다는 것입니다.